[뉴스락] 국내 제약업계가 긴 잠에서 깨어났다.

지난 4월 국산 37호 신약이 나왔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정20밀리그램'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면서다.  

2022년 11월 국산 36호 신약 대웅제약의 엔블로 허가 이후 1년 반 만, 1999년 7월 국산 1호 신약 SK케미칼의 선플라주 허가 이후로는 25년여만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과학기술 지식기반 산업이다. 대규모 자본 투자 및 장기간의 R&D(연구개발)가 수반되지만, 성과 달성 가능성은 낮은 대표적인 고위험 분야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은 15년, 길면 20년까지도 걸린다.

다만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최소 20년 이상 독점적 전유성을 확보할 수 있고 막대한 수익 창출 등 부가가치가 높아, 제약사의 외형 성장에도 필요한 과업이다.

공백기를 깨고 나온 국산 37호 신약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뉴스락>은 상위 1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 연구 추진 현황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 로고 CI. 각사 제공.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 로고 CI. 각사 제공.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빅10 제약사, 파이프라인 269건...임상 돌입 118건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 사옥 전경. 각사 제공.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 사옥 전경. 각사 제공.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상(㊤) 편에서는 국내 빅5 제약바이오기업의 파이프라인 및 임상 현황을 짚었다. 하(㊦) 편은 빅6~10 제약바이오기업 중심으로 살펴본다.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의 임상 파이프라인 현황. 다만 제약사의 연구개발 전략과 관련한 대외비 등 이유로 실제 현황과 다를 수 있다.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의 임상 파이프라인 현황. 다만 제약사의 연구개발 전략과 관련한 대외비 등 이유로 실제 현황과 다를 수 있다.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지난해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783건, 국내 제약사 주도 임상은 660건이다.

<뉴스락>이 조사한 국내 빅10 제약바이오기업의 파이프라인은 269건, 임상 돌입은 118건이다. 빅6~10 제약바이오기업만 두고 보면 각각 101건, 55건으로 파악됐다.

다만 파이프라인 개수는 실제 제약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개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연구개발 전략과 관련한 대외비 등 이유에서다.     

보령(대표 장두현)은 신약 4건, 개량신약 15건으로 19개의 파이프라인을 연구하고 있다. 임상 진입은 21건이다. 

임상1상 15건, 임상3상 6건이다.

HK이노엔(대표 곽달원)은 신약 12건, 개량신약 10건으로 22개의 파이프라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상 진입은 8건이며 이중 2건은 품목허가를 진행중이다. 

임상1상 3건, 임상2상 2건 임상3상 1건이다.

JW중외제약(대표 신영섭)은 종양 7건, 면역질환 4건, 심혈관 및 대사질환 2건, 재생의료 2건, 희귀질환 2건, 안질환 1건, 소화기계 1건으로 총 19개의 파이프라인을 연구하고 있다. 임상 진입은 6건이다.

임상1상 2건, 임상2상 1건, 임상3상 3건이다.

동아ST(대표 김민영)는 신약 8건, 개량신약 1건, 천연물 신약 2건 및 천연물 개량신약 2건으로 총 13개의 파이프라인 연구를 진행중이다.

파악되는 임상은 적응증 및 약물 상호작용 연구 등을 포함해 16건이다. 품목허가를 취득한 뒤 진행한 개량신약의 임상4상은 제외했다.

임상1상 8건, 임상2상 3건, 임상3상 5건이다. 후보물질을 기준으로 잡으면 각각 5건, 2건, 5건이다.

일동제약(대표 윤웅섭)은 지난해 11월 신약 R&D 사업을 자회사 유노비아(대표 이재준)로 분사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유노비아가 6~7개의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 이외 연구 과제들을 비롯하면 약 25개의 파이프라인을 갖춘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파악되는 임상 돌입 파이프라인은 4건. 임상1상 3건, 임상2상 1건이다.

빅6~10, 신약 개발 어디까지 왔나

일반적인 신약 개발 R&D 과정.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 R&D 과정.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의 임상 돌입 파이프라인 현황. 다만 제약사의 연구개발 전략과 관련한 대외비 등 이유로 실제 현황과 다를 수 있다.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ST, 일동제약의 임상 돌입 파이프라인 현황. 다만 제약사의 연구개발 전략과 관련한 대외비 등 이유로 실제 현황과 다를 수 있다.  [뉴스락 편집]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보령의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은 BR2010, BR2011, BR2018, BR2002으로 4건 모두 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BR2002를 제외한 파이프라인은 아직 물질 발굴 단계에 있다.

BR2002는 혈관면역아세포림프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혈액암 후보물질 연구다. 지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 지난해 8월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임상1상은 완료한 상태로 현재는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다.

보령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BR2002는 올해 혹은 내년 상반기까지 임상2상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임상2상 이후 시판에 돌입할 수 있고 시판을 위해서는 완제의약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생산 쪽에서도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K이노엔의 주요 파이프라인 중 가장 빠른 개발 단계를 보이는 연구는 FM-101으로 NASH(비알콜성 지방 간염) 치료제 후보다. 원개발사는 퓨처메디신으로 2020년 HK이노엔이 라이센스 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동 개발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퓨처메디신에서 다국가 임상2상 연구를 진행중이다. 회사측은 FM-101을 인간 아데노신 타겟 경구용 항염증-항섬유화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JW중외제약의 통풍 치료제 URC102(에파미뉴라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측은 URC102에 대해 기존 통풍치료제와는 다른 요산저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통풍은 체내에 요산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요산 배출을 유도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제가 만들어진다"며 "에파미뉴라드는 요산 배설 촉진제로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를 노리고 있고,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5개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동아ST의 DA-8010 과민성 방광 치료제는 임상3상 막바지 단계에 있어 국산 38호 신약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2022년 국내 임상3상을 시작했고 지난해 4월 신장애 임상1상 개시, 12월에는 약물상호작용 임상1상 2건을 완료했다.

회사측은 DA-8010을 강력하고 선택적인 무스카린 수용체 M3 길항제라고 소개했다.

동아ST 관계자는 "시판중인 기존 항무스카린제들과 비교했을 때, DA-8010은 M3 수용체에 대해 가장 강력한 결합력과 억제 효능을 보유했다"며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 유노비아는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ID120040002' 임상2상을 승인 받았다. 위산분비억제(P-CAB) 계열 치료제 연구로 회사측은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원제약과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팔 걷어 붙인 정부,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 프로젝트' 시동

지난 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 설명회가 진행됐다. 사진=심우민 기자 [뉴스락]
지난 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 설명회가 진행됐다. 사진=심우민 기자 [뉴스락]

생산성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신약 개발은 다소 효율이 떨어지는 사업 분야다. 전통적인 신약 R&D는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및 투입 인력은 지속 증가하지만, 신약 개발의 총 요소 생산성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발 비용 및 기간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부는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잡았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고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 설명회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 진행됐다.

이 사업의 목적은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 이를 위해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ADMET(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등 약물동태 지표) 예측 모델 개발을 목표로 했다.

김종화 K-MELLODDY 사업단장이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받는 모습. 사진=심우민 기자 [뉴스락]
김종화 K-MELLODDY 사업단장이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받는 모습. 사진=심우민 기자 [뉴스락]

프로젝트는 2028년 12월까지 약 5년간 진행된다. 투입되는 예산은 348억원이다. 사업에는 산·학·연·병(제약사, 학계, 연구기관, 병원 등)이 참여 가능하며, 참가 신청은 이달 26일 오후 4시까지다.

사업을 이끄는 K-멜로디(K-MELLODDY, 사업단장 김종화)는 프로젝트에 지원한 산·학·연·병과 7월 중 협의 단계를 거친 후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선정된 산·학·연·병 기관들은 구체적으로 ▲플랫폼 구축 및 개발 ▲신약개발 데이터 활용 및 품질관리 ▲연합학습 플랫폼 활용 활성화 등 세부 사업을 진행한다. 각각의 사업에는 1개, 20개, 15개의 과제가 포함됐다.

K-멜로디(K-Machine Learning Ledger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유럽연합(EU)이 진행한 글로벌 신약개발 플랫폼 멜로디의 벤치마킹이다.

EU-멜로디는 공공 데이터 플랫폼으로 다수의 제약사와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기술을 공유해 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축됐다. 

K-멜로디는 '연합학습'을 통해 개별 데이터를 안전하게 중앙화하고,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EU-멜로디보다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설명회에서 김종화 K-멜로디 사업단장은 "사업의 진도가 빠르면 향후 DTI 예측, 후보물질 탐색, 분자 표현형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리드 최적화, 임상 설계, PMS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글로벌 신약 개발 시장은 연평균 28.8%~45.7% 성장해 2027년에는 35억4860만 달러(한화 약 4조8906억원)~40억340만 달러(한화 약 5조5174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2021년 기준 1340만 달러(한화 약 184억6654만원)로 전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것으로 파악됐다. 연평균 34.6% 성장해 2026년에는 5910만 달러(한화 약 814억3389만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뉴스락>은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들에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신약 정책에 대해 질의했지만, 대부분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는 아직 참가 모집 단계이기에 "지켜보고 있다", "확인해보겠다", "기대된다" 등 조심스러운 답변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익명을 요청한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에 비해 다소 늦은감이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움직여 줘야한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움직임이 K-멜로디 사업이라 볼 수 있는데, 이보다 더 전폭적이고 폭넓은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K-멜로디 사업을 통해 AI기업과 제약바이오기업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