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국 경제는 지난 20년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며 기업 구조도 변화했다.
1986년 공정거래법에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지주회사 제도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를 일정한 제한 하에 허용됐다.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의 역할 또한 커졌고, 이에 따라 지주회사 규제의 명암 또한 중요한 정책 이슈로 떠올랐다.
<뉴스락>은 현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주회사 규제에 관해 심층 분석한다.

지주회사 규제, 25년 만에 흔들리는 명분?
'체제 외 지배'와 '자사주 꼼수'로 불완전한 지배구조 드러나
![▲ 지주사 체제 전환 중인 주요 그룹 현황.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407/93641_82551_1751.jpg)
지주회사는 ‘주식 소유를 통해 다른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율 50% 이상(상장회사는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 계열회사 외 국내 회사 주식 소유는 5% 미만으로 제한된다.
1999년 도입된 이후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책임 경영 강화라는 순기능을 앞세워 대기업집단 절반 이상이 지주회사 체제를 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174개의 지주회사가 존재하며, 대기업집단(88개) 중 과반수(46개) 기업집단이 집단 내 하나 이상의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43개 대기업 집단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대기업집단 중 '현대백화점', '오씨아이', '동국제강'이 추가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으며, 지난 1일 효성그룹은 기존 지주사인 ㈜효성과 신설법인 HS효성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 도입 25년이 지나면서 체제의 틈새를 악용한 규제 회피나 사익편취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정위가 발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체제 외 지배하는 계열사가 353개에 달하며, 이 중 226개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로 지적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는 지주회사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규제 회피나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기업들이 소유지배구조 중 하나로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확대하겠다”며 “체제 외 계열사를 통한 규제 회피나 사익편취 가능성은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자사주 규제 강화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꼼수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규제 강화를 뼈대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증권 발행·공시 규정 개정안을 오는 16일까지 예고하고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사주 보유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 수의 5% 이상인 상장사는 구체적인 자사주 보유 현황·목적·처리 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이사회 승인을 받고, 이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공시 강화 적용 대상을 자사주 보유 비중 ‘10% 이상’ 상장사에서 ‘5% 이상’ 상장사로 대폭 확대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사주 의결권 부활 때 일반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보 제공을 강화한다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공시 형식을 추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규제, '세계 최고 수준'…경제 활성화 vs 사회공헌 저해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뉴스락 편집]](https://cdn.newslock.co.kr/news/photo/202407/93641_82552_4032.jpg)
지주회사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계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최근 'G5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는 한국에서만 시행하며, G5 국가는 경쟁법과 회사법을 통해 사후규제만 시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경협은 지주회사 규제가 오히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기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하는데, 공정거래법상 규제들이 이같은 대규모 활동을 발목잡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과 관련된 규제가 대표적인 예시다. 지주회사 기업집단은 계열사 공동출자가 금지돼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경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 계열사 공동출자 금지 예외 규정을 신설하거나 장애인고용법에서 공정거래법 일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사회공헌 관련 규제만이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회사 체제 기업의 첨단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기회를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고객 자금으로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률규제 △과잉규제 △非지주회사와 차별 등 3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상의는 또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지주회사가 모든 형태의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본 'SEVEN&i홀딩스'와 프랑스 '르노' 등과 같은 지주회사들은 여신전문금융사뿐만 아니라 은행까지 보유해 사업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지주회사의 비은행 금융사 보유 금지 규제는 한국에만 있는 과잉규제로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산분리 규제를 금융이나 보험은 묶어두고 일반대중에게 영향이 없는 케피탈 등은 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규제, '양날의 검'...합리적 개선 방안 모색해야

지주회사 규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제는 사익편취 가능성과 사회공헌 저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 규제의 명암을 면밀히 분석하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특히, 기업, 정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주회사 설립이 오너일가의 지배 체제 강화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등의 편법이 늘어난 상황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 편취 등에 대한 사후 규제 수단이 이미 존재하는 만큼, 관련 사전 규제 강화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지주회사 규제는 상황에 따라 악법이 될 수도, 좋은 법이 될 수도 있다"며 "시대에 맞지 않거나 유효하지 않은 법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교수는 "지주사의 목적은 다른 회사를 소유하고 시너지를 내는것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지주회사 규제는 시너지 창출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그럼 지주회사를 안만드는 것는 원하는 것인지 만드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 규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 지주회사 규제 정책의 일관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지주회사 규제 정책 일관성 부족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