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의 각축장이자 대목, 파리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 열리는 지구촌 최대 축제인 만큼 스포츠 업계는 '올림픽 특수'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특히 스포츠 업계의 두 거인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바, 가젤, 캠퍼스 등 클래식 스니커즈 제품의 판매 증가와 이지(Yeezy) 브랜드 매각 후 재고 청산으로 올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실현한 아디다스와 달리, 2년 연속 매출 하락세를 보이는 나이키는 지난 4월 미국 본사 직원 74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유럽 본사까지 정리 해고에 나섰다.

아디다스는 위기에서 벗어나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한 한편 나이키는 지난 2년간 매출이 하락했으며 이후 1년간 매출도 감소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국내 시장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선 신발 제조 기업 TKG태광과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각각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을 맡고 있다.

<뉴스락>은 세계 1,2위를 앞다투는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현 상황과 생존 전략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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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의 맹추격, 1Q 어닝서프라이즈...한국 시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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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는 지난 3월 13일 2023년도 실적 발표에서 5800만 유로(한화 약 8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다소 암울한 실적을 거두었으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반전을 이뤄냈다.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8%, 영업이익은 5배 이상 급등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줬다.

전년 1분기 영업이익은 6000만유로에 그쳤으나 올해는 3억3600만유로에 달했다.

당초 아디다스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5억유로에서 7억유로(한화 약 1조원)로 수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아디다스의 주가는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8% 급등한 219유로(한화 약 32만2700원)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정점을 찍은 이후로는 꾸준한 하락세를 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아디다스와 5년 재계약을 체결한 글로벌 파트너 손흥민.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뉴스락] 
지난해 말 아디다스와 5년 재계약을 체결한 글로벌 파트너 손흥민.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뉴스락] 

올 1분기 호실적은 악성재고 할인 판매 전략이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아디다스는 힙합 스타 '예'(카니예 웨스트)의 패션 브랜드인 '이지'와 2013년부터 협업했다.

그러나 예가 자신의 SNS에 유대인 혐오와 나치 찬양 발언을 게시해 크게 논란이 되며 연예계에서 퇴출당했고, 아디다스는 2022년 10월 예와 계약 종료를 단행했다.

결국 아디다스에 남겨진 것은 '이지'의 재고였다. 당시 12억 유로(한화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잔여 재고로 몸살을 앓았다.

당초 아디다스는 해당 재고를 폐기 처분하려 했으나, 재고가 여전히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7억5000만유로(한화 약 1조1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재고 처리로 1분기에는 1억5천만 유로(한화 약 2205억원)의 매출과 5천만 유로(한화 약 7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도 남아있는 이지 재고 판매를 통해 대략 2억 유로(한화 약 294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2년 말에는 비에른 굴덴(Bjon Gulden)을 새로운 CEO로 영입해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굴덴 CEO의 취임으로 한국 아디다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올해 1월부터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속 마켓에서 분리돼 단독 마켓으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이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속일 당시에는 중국 중심의 문화가 주를 이루며 한국만의 독창적인 문화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한국 독립 마켓이 되며 국내 고객과 시장에 부합한 제품 출시가 가능하게 됐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시장 관리를 비롯해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적극 대응했으며, 대한민국 고객·시장 중심 제품 출시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고있는 '삼바'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오리지널 제품들을 출시했으며, 퍼포먼스 라인에서도 스포츠 마니아를 겨냥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피터 곽 아디다스 코리아 대표는 "국내 고객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트렌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적화된 제품 및 유통채널을 구축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아디다스의 반등과 함께 아디다스 OEM, ODM 업체인 국내 신발 제조 기업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올 1분기 매출액은 3453억원으로 전년 동기(3054억) 대비 1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53억2736만원으로 전년 동기(-9억5393만원) 대비 약 600%대 수준으로 급등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도 화승엔터프라이즈의 호실적을 전망했다. 아디다스의 회복과 함께 화승엔터프라이즈도 높은 상호 작용을 보일 것이란 평가다.

지난달 5일 DS투자증권은 화승엔터프라이즈에 대해 아디다스의 강력한 리바운드로 매출과 영업이익의 높은 성장을 예상하며 '매수' 투자의견으로 목표가 1만4000원을 제시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고객사인 아디다스의 스니커즈 부문이 나이키를 압도하는 강력한 부활을 보이고 있으며 아디다스의 적극적인 재고조정과 가동률 개선 및 실적 호조가 주요 투자 포인트"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아디다스는 비에른 굴덴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디자인을 앞세워 대표 모델 '삼바', '가젤', '아디제로' 등이 23년을 기점으로 스니커즈 시장에서 나이키의 주요 모델을 압도하는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며 "7월에는 파리 올림픽, 유로 2024 등의 특수 이벤트 물량들을 소화해야 하는 긍정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의 추락, 매출 감소 전망...中 시장 악화에 '총체적 위기'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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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는 1964년 필 나이트와 빌 보어만이 일본 운동화 제조업체 오니츠카 타이거와 파트너십을 맺어 제품을 판매하며 시작된 브랜드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의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는 미국 NBA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과의 협업으로 에어 조던 시리즈를 출시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나이키를 상징하는 슬로건 'Just Do It'을 1988년 광고 캠페인에서 처음 내세웠고,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줄곧 유지해왔다.

나이키는 코로나 기간 잠시 제동이 걸린 것을 제외하면 성장 기조를 유지하며 1980년부터 스포츠 브랜드 업계서 독주해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매슈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는 미국 증시 마감 후 진행된 실적 발표회에서 "나이키의 2025년 회계연도 1분기(2024년 6월~8월)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이키에서 내놓은 암울한 전망은 곧장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다음날 28일 나이키의 주가는 전날 대비 19.98% 하락한 75.37(한화 약 10만4000원) 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나이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키의 2024년 회계연도( 2023년 6월~ 024년 5월)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하지 않은 513억6000만달러(한화 약 70조 8716억)로 집계됐다.

2024년 회계연도 4분기(2024년 3월~5월) 나이키 매출은 126억600만달러(한화 약 17조 3988억)로 전년 동기(128억2500만달러, 한화 약 17조 7010억) 대비 1.7% 감소했다.

앞으로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회사 측의 전망까지 나오며 투자자들의 실망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키는 '코르테즈', '에어포스', '조던1' 등 과거 스포츠 업계의 왕좌에 안착시켰던 모델을 재탕하고 한정판 모델 출시, 래플에만 집중한 탓에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덩크, 조던, 에어포스 등 나이키 대표 클래식 스니커즈는 코로나 특수도 피해갈 만큼 나이키의 '효자 제품'으로 꼽혔으나, 현재는 나이키의 실적을 연명하는 '산소호흡기'로 전락했다.

나이키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던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도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나이키는 실적 비중이 가장 높았던 중국의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 반등 및 재고 부담 절감을 위해 할인 판매도 진행했지만 중국 소비는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나이키가 부진에 빠지게 되면 국내 중견기업 TKG태광의 어깨도 함께 무거워질 전망이다.

TKG태광은 해외 현지법인에서 생산되는 신발 완제품 판매를 주요 영업으로 하고 있으며, OEM·ODM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국내 독점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지만 신발사업이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TKG태광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61%가 나이키 운동화인 신발사업에서 나왔다. 나이키의 성적에 따라 TKG태광의 희비도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나이키를 보는 증권가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최근 75일 이내 글로벌 증권사가 낸 나이키 투자의견은 매수(15건)보다 중립(16건)과 매도(2건) 의견이 더 많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나이키가 하반기 실적 개선 목표를 예상대로 달성하고 시장 점유율을 방어한 것으로 확인되기까지 주가 상승 탄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양사 희비 가른 것은 '타이밍'

게티이미지 제공.
게티이미지 제공.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희비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엇갈렸다.

업계에서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스니커즈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되며 아디다스의 시장 공략 타이밍이 양사의 성적을 갈랐다고 진단한다.

코로나 이후 전성기를 맞은 나이키·조던 모델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소비자에 다소 지루한 이미지로 전락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를 틈타 아디다스는 비에른 굴덴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디자인을 앞세워 몸집키우기에 나섰다.

여기에 지난해를 시작으로 대표 모델 '삼바', '가젤', '아디제로' 등이 나이키의 주요 모델을 압도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아디다스의 외형과 수익성 모두 성장한 것이다.

폴 레후에즈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아디다스가 북미, 중국, 유럽에서 나이키를 계속 추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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