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길고 긴 설 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기자 역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이 마음을 다잡고 업무에 복귀하기 전, ‘금강산도 식후경’이지 않은가, 배부터 먼저 채우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연휴기간 동안 집을 비운 사이 냉장고가 비어있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곧바로 두툼한 옷을 걸치고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마트를 갈지 자주 갔던 시장을 갈지 고민하던 찰나, 며칠 전 다른 퇴근길로 집을 가던 중 큼지막한 시장을 지나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걸어서 15분 남짓일 거라는 계산이 끝난 후 기자가 행선지를 정한 그 곳은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1336-29번지에 위치한 ‘신기시장’, 인천관광 100선 중 한 곳이기도 한 이 시장이 오늘 기자가 가볼 곳이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신기시장의 더 정확한 명칭은 ‘신기남부종합시장’. 1970년대 문학산 언저리에서 농작물을 거래하던 이들이 모여 1975년 신기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인 문을 열었고, 이후 인근 남부종합시장과 상권을 합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돼 전통공예체험관을 운영하고, 지난해에는 매주 토요일 야시장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인천관광공사가 정한 인천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큰 사거리에 붙어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혼잡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말이라 교통량 자체가 많았던 것을 감안할 때 그다지 복잡한 느낌은 아니었다. 위의 오른쪽 사진 속 널찍한 공영주차장의 역할이 아무래도 크긴 큰가보다.

▲일단 배가 많이 고픈 관계로 핫바를 하나 입에 물고 시장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깻잎 핫바를 골랐더니 “좋은 타이밍에 잘 왔다”며 새로 핫바를 만들어 튀겨주셨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전통시장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다. 배가 부를 때도 구미가 당기는 맛있는 음식들뿐만 아니라 식품의 원재료, 신선식품, 온갖 반찬들까지 그야말로 눈 둘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판매하는 곳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으므로 신중한 결정을 위해 멈춘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몇 걸음 더 가니 이번엔 가까이 가면 얼굴도 비칠 것만 같은 맑은 도토리묵이 발목을 잡았다. 각종 채소와 도토리묵 전용 국물까지 함께 파는 것을 보고 가격을 묻기만 했는데, 어느새 내 손에는 도토리묵이 담긴 봉지가 들려있었다.

▲냉장고를 채워줄 반찬가게에 들렀다. 반찬이 많으면 밥을 먹을 때도 무언가 든든한 느낌이 든다. 수십 가지의 반찬 중 어느 것을 살지 매우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콩나물무침, 돼지고기 장조림, 냉이무침을 골랐다.

세 가지를 골라도 5000원이다. 소소한 것이지만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 넓디넓은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골목골목마다 보이지 않는 테마가 있다는 것이다. 위의 왼쪽 사진처럼 마성의 매력을 지닌 순댓국 골목이 있는가 하면, (위의)오른쪽 사진처럼 포장마차가 늘어선 골목도 있다.

▲시장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도 가득하다. 요즘은 많이 없어진 봉투가게를 발견했는데, 가게 내부에는 형형색색, 천차만별의 크기를 가진 봉투들이 즐비했다.

한쪽에서는 주인이 직접 콩을 넣어 맷돌에 갈아 콩비지를 만드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돌리는 방식만큼은 기계화돼 사람이 직접 맷돌 손잡이인 어이를 잡고 돌리진 않았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구경을 하며 생각 없이 걷다보니 신기시장의 마스코트가 보였다. 불빛이 꺼진 어느 골목 구석에 위치해 있어 굉장히 뜬금없었지만 극단적인 대비효과 덕분에 더 귀여워보였다.

옆에는 시장의 지도가 있었는데, 동문만 4개인 데다가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은 서문에도 상가들이 있어 꽤 규모가 큰 모습이다.

▲정신없이 많은 시간을 시장 구경에 할애하다 보니 정작 사고 싶은 음식을 잊고 있었다. 해산물·회 애호가로서 횟집에 들러 숭어와 참소라를 구입했다.

썰어놓은 회는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15분 전에 새로 썰어서 내놓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주저 없이 구입했다. 그리고 역시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 시장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명절이 끝난 뒤라 다소 한산할 줄 알았는데 전통시장의 활력은 명절이 지나도 여전했다.

반찬을 사면서 대화를 나눴던 한 상인은 “명절이 끝나도 우리의 하루와 시장의 모습은 늘 똑같다”고 말했다.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시장을 방문한 것이었는데, 연휴의 끝자락에서 자칫 잃을 뻔 했던 활기까지 채워서 돌아오게 됐다. 두 손은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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