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 1일 가을을 맞아 제주로 떠났다. '그 지역을 알려면 시장을 가면 된다'는 말처럼 생생한 제주를 느끼기 위해 이도일동에 위치한 동문재래시장을 찾았다.
제주시 구도심 중앙로변에 위치한 동문시장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재래시장이다. 이젠 제주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 코스로 자리 잡으며 섬사람에게는 물론 육지사람, 외국인에게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8번 게이트 맞은편에 공용주차장이 있어 차를 이용해도 좋지만 주말에는 자리가 부족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황빛을 품은 과일들이 가득하다. 외지인에게는 다 같은 오렌지, 귤처럼 보이지만 이 탐스런 과일들은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한라봉, 황금향, 노지귤.
이건 뭐고 저건 뭔지. 아리송한 표정을 읽으신 듯 사장님께서 다가와 설명해 주신다. "노지귤은 하우스가 아니고 밖에서 키워서 맛있어요. 저 꼭지 튀어나온 건 한라봉, 황금향은 안 시고 맛있고..."
세 가지 모두 감귤의 개량 품종으로 크기, 껍질의 두께, 당도, 재배 시기가 다르다고 한다.
돌하르방 모양 페트병에 담긴 감귤 주스. 귀여움에 한번 맛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인증샷은 필수! 생각했던 대로 시중에 파는 오렌지 주스와는 달리 신맛이 덜하고 씹히는 맛이 있었다. 건강한 맛에 시원함까지 더해져 제주의 상큼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싼 값에 싱싱한 회를 맛보고 싶다면 제주 동문시장으로 가자. 1만원대부터 5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기자처럼 생선회를 싫어한다면 딱새우는 어떨까. 11월이 제철인 딱새우는 일반 새우보다 탱글탱글하지만, 껍질이 딱딱하고 크기에 비해 먹을 게 없어 발라먹기 귀찮다. 대부분의 가게가 딱새우를 손질해서 팔고 있어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오동통한 새우가 먹음직스럽다.
날이 어둑해지자 야시장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곳의 야시장은 대부분 오후 6시부터 시작해 자정 전까지 영업한다.
동문 야시장에는 흑돼지, 전복, 랍스터, 한치 등 제주의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가 주를 이룬다. 식당에 가면 한 종류의 요리만 먹어야 해서 아쉬운데, 이곳에선 뷔페처럼 다양하게 먹어 볼 수 있다.
미어 터질정도로 바글바글하는 풍문과는 다르게 영업 시간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 옆집 사장님께 여쭤보니 "몇몇 집들은 코로나로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셨다.
대부분의 사장님께서 "국내 여행객들이 제주로 몰려 매출에 큰 타격이 없다"고 하셨지만 문을 열지 않은 곳을 보니 먹어보지 못해 아쉽고, 장사가 잘 되는 곳만 잘 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해가 지며 어둑해진 시장 골목을 불꽃이 환하게 밝혔다. 흥겨운 노래 소리와 화려한 불쇼가 사람들을의 눈을 사로잡았다. 긴팔에 외투를 걸칠만큼 서늘한 가을 날씨였지만 불 앞의 상인들은 대부분 반팔 차림을 하고 있었다. 구경 도중 화들짝 놀랄 정도의 화력에 불이 나진 않을까 걱정됐다.
저녁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맛있는 냄새를 따라 모이기 시작했다. ‘맛집’이라는 명성 답게 문을 연 가게 앞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가게 사장님께서 손님들을 줄 세우며 다른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셨다. "옆집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바닥에 표시된 선에 맞춰 줄을 서달라"고 부탁하셨다. 바쁜 와중에도 서로를 배려하는 상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시장은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해 두며 방역을 하고 있다. 근처 주민센터에 위치한 화장실도 악취 없이 깨끗한 편이어서 이용하기 편리하다. 하지만 비좁은 시장의 특성상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설 수밖에 없고, 거리두기는 무시한 채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야시장 옆에는 구입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장은 비교적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뒷사람을 위해 자리를 정리했고 재활용도 잘 되고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섭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제주로 몰리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시장도 좋지만, 지금의 활기를 잃지 않으려면 철저한 방역이 필수다. 시장 차원의 대책이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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