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과거부터 이어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대립은 전국 곳곳에서 현재진행 중이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근처에 위치한 공항시장은 인근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폐허가 됐다. 최근 인천 구월도매시장 상인들도 인근 대형마트 입점 소식에 생존을 위해 들고 일어났다. 특히 우리나라엔 시장 인근 1km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대형마트 등의 입점을 제한하는 전통시장을 지키는 법도 있다. 이러한 사실이 무색하게도 대형마트와 동거 중인 전통시장이 있다. 11월 27일, <뉴스락>은 2007년부터 이마트와 함께하고 있는 광명전통시장을 찾았다.

 

광명 전통시장 전경.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소재의 광명전통시장은 1970년 광명사거리에서 5일 장으로 시작한 재래시장이다. 올해 2월 기준으로 366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고, 의류, 먹거리, 농·축·수산품 등 다양한 종류로 이용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광명시를 대표하는 ‘광명동굴’과 ‘안터생태공원’ 등과 함께 관광지로서 기능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방문객들이 시장을 찾고 있다.

광명전통시장은 경기도와 서울의 경계에 있어 서울에서의 유입 이용객들이 많다. 버스 정류장과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시장 입구와 맞닿아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차량 이용객들의 경우 협소한 공영주차장으로 난감할 수도 있다. 시장이 1만9223㎡(약 5814평)인데 비해 주차는 77대 규모밖에 안될뿐더러, 공영주차장을 중심으로 주변 좁은 골목들에는 불법주차와 공사현장으로 혼잡해 주차장 입구를 찾기 힘들었다. 입구를 찾기 위해 골목을 빙빙 도는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주차수용대수가 적어 시장을 찾은 시간이 점심시간임에도 주차를 하기위해 20분을 기다렸다. 혹은 식사를 하기 위해 시장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황색선에 따라 정갈하게 정리된 점포들과 골목에 비치된 소화기.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다소 힘겨웠던(?) 주차를 마치고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한 떡 향기가 마중 나왔다. 이어 황색 고객선을 따라 정갈하게 정리된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또 시장 골목마다 약 5m 간격으로 소화기도 배치해 화재에 잘 대비한 모습이었다. 광명시청에 따르면 전통시장 내 야간 순찰 근무자도 배치해 화재 및 각종 안전사고 예방과 소방안전 시설물 점검도 꾸준하게 해왔다.

재래시장 내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재래시장 내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시장엔 야채와 과일 수산물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이 즐비했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가격표와 원산지 등도 정확히 표기해 둔 곳도 있는 반면, 아무것도 없는 점포들도 간간히 있었다.

시장 내 먹거리 골목, 가격이 싼 국수 집(좌), 호떡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우)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관광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만큼 타 시장에 비해 다양한 먹거리 점포도 구비돼 있었다. 물가상승에도 눈을 의심할 정도의 싼 가격들. 2500원의 잔치국수, 3000원대 칼국수, 짜장면과 짬뽕이 4000원, 탕수육도 4000원이다. 특히 호떡을 사기위해 2열로 나란히 줄을 서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노후화된 건물과 위생이다.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간 점포의 바닥은 포장이 다 벗겨져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었고, 쌔까만 얼룩들이 가게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었다. 먹거리는 관광지의 시장으로선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식당 위생은 이용객들의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천장에 달린 거리 안내판.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br>
천장에 달린 거리 안내판.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또, 좀 더 친절한 길 안내도 필요하다. 기존의 천장에 달린 안내판만으로는 약 6000평의 광대한 시장을 다니기엔 부족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왔던 길을 몇 번이나 헤매며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반대로 차와 멀어지는... 이상한 현상도 겪었다.

광명전통시장과 쇼핑몰 크로앙스 연결통로, 크로앙스 지하에는 이마트 메트로가 입점해 있다.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광명전통시장은 화재의 아픔도 겪었다. 1995년 12월 31일에 발생한 화재로 잃어버릴 뻔한 시장을 복구하고, 대화재로 대파된 건물들 자리에 2004년 세워진 ‘크로앙스’ 쇼핑몰이 들어섰다. 시장과 연결통로가 있을 만큼 밀접하다. 이 크로앙스 건물에 2007년 이마트가 입점하게 됐고 당시 상인들의 격렬한 반발로 메트로라는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 소형매장 형태로 입점하면서 다소 불편한(?) 동거생활이 시작됐다.

광명전통시장 상인들은 일반적인 대형마트를 적대하는 타 시장 상인들과 조금 달랐다. 시장상인 A씨는 “쇼핑몰 내 영화관이나 이마트를 이용하기 위해 온 손님들도 시장을 그냥 지나치진 않는다”며 “이마트와의 더부살이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마트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상인도 있었다. 오랫동안 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 B씨는 “입점 당시에 삭발하면서 투쟁해왔다”며 “대형마트 때문에 당시에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쇼핑몰과 시장의 연결통로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규모는 작으나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한 공간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지만 시장의 영향력에도 문제없어 보였다. 오히려 시장과 대형마트의 공존으로 인한 원스톱 쇼핑체계를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해져가는 고객의 니즈를 전부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새로운 유통형태를 느꼈다.

모든 시장들의 첫 번째 문제가 이용객의 유입이다. 사람들이 오롯이 시장만을 이용하기 위해 오는 것보다 다양한 이유에서 시장 인근까지 오도록 함으로써 유입경로를 늘려 고객 확보 확률을 높이는 것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이마트는 시장의 이용객 유입 경로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이마트 입점 당시엔 갈등의 골이 깊었지만 2014년 크리스마스 축제를 통한 이마트와 시장의 협업, 2015년 이마트와 전통시장의 사랑의 장학금 기부 등을 본다면 어느 정도 해소돼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후의 상생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2015년 이후 협업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으나, 시장과의 상생문제는 대형마트들의 과제”라며 “기회가 있다면 상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전통시장 주변 지하공영주차장 공사장 골목, 불법 주차차량으로 혼잡하다.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광명전통시장은 대형마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유통플랫폼 활성화에도 굳건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차장을 기다려가며 이용하고, 식사를 하기위한 인근 주민의 발걸음, 관광을 위해 찾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발맞춰 광명시청과 경기도청도 시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 지난 1월 경기도는 도내 전통시장 111곳에 현대화와 화재안전 강화에 43억 원을 지원하고, 지난 9월에도 3차 시설현대화를 위해 15억 원을 투입해 시장 13곳을 선정해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 및 개보수했다.(광명전통시장포함) 광명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2020년 4월 전통시장 배달서비스 어플 ‘놀장’을 선보였다.

특히 협소한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 공모사업를 통해 177억 원(60% 국비 지원)을 들여 인근 공원부지(6473㎡) 하부에 193대 규모 지하공영주차장 조성한다. 2023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준공할 예정이다.

광명전통시장 이용객 C씨는 “처음 와봤지만 싼 가격의 다양한 먹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며 “주차 문제만 해결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방문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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