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제일시장은 경기도 의정부시 시민로에 위치한 전통시장으로 미군부대의 군용품과 경기북부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모이며 실향민 중심의 5일장에서 시작됐다. 의정부역에서 10분가량 걸어가면 금방 시장에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또 의정부시 번화가와 가깝고 부대찌개거리와도 가까워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실시한 전통시장 활성화 수준평가에서는 전국 1150개 시장 중 3위, 경기도 149개 시장 중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의정부제일시장은 의정부제일시장번영회의 자료에 따르면 입점해 있는 점포 수가 630개에 달하는 규모가 큰 시장이다. 실제로 올해 초 의정부제일시장번영회가 의정부시청에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평일, 주말 하루 평균 추산 13000명, 한 달 평균 40만명의 방문객이 의정부제일시장을 찾고 있다.
주차장은 가, 나, 다 동 3동과 3층까지 총 308대가 주차할 수 있게 공간이 마련돼있었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 3개동 3층을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지만 하루 평균 13000명이 방문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빠듯하게 느껴졌다. 구식 건물인 탓에 통로가 좁고 번잡해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였다. 2개의 출입구에 차량이 몰리고, 출입구에서 큰 길로 나가는 차량도 줄지어 서있어 이용객의 답답함을 자아냈다.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대라는 3-4시 보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출차를 하려는 고객의 차량으로 출차 줄이 꽉 막혀있었다. 주차장 출입구와 이어지는 도로는 출차하는 차량과 시장을 이용하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자칫 교통사고도 일어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다만 주차장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주차 관리 요원이 곳곳에 상주해 입·출차를 지도하고 있었으며 장애인 구역에는 해당 차량만 주차돼있는 등 관리가 철저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하거나 어르신이 방문했을 경우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시장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접근성을 한층 높였다. 또 지난해 주차장 등을 모두 LED 등으로 바꿔 고객과 상인들이 환한 환경에서 주차를 할 수 있게 된 부분도 인상 깊었다.
주차장 접근성과 조도뿐 아니라 화재관리도 아주 잘 돼있었다. 방화벽과 스프링클러가 준비돼있었고 소화기도 곳곳에 비치돼있어 오래된 건물의 안전에 대한 의심을 거두게 했다.
주차장에서 나와 본격적인 시장 구경에 나서니 십자로 나뉜 구역의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동선과 편의성을 고려해 출입구를 기준으로 가, 나, 다, 라 동으로 나눠 같은 업종끼리 모여있었다. 특히 쭉 늘어선 떡볶이집이 인상 깊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많은 손님들이 떡볶이에 어묵국물을 곁들이고 있었다. 군것질 뿐 아니라 생선, 채소가게, 의류점 등 다양한 점포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특히 김장철을 맞이해 각종 채소와 젓갈, 고춧가루를 파는 가게가 성황을 이뤘다. 젓갈가게에는 원산지가 붙어있었고, 채소가게에는 가격이 명시돼있었으며 고춧가루와 기름을 짜 파는 방앗간에는 원산지와 가격 모두 명시돼있었다.
젊은이들이 시장을 가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가지 가격이다. ‘시장 인심’이라는 말은 역사의 뒤안간으로 사라지고 손님이 젊어 보이거나 외지인으로 느껴지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아 젊은이들의 시장 기피 현상을 부추겼다. 그러나 의정부제일시장은 달랐다. 채소가게를 비롯해 반찬가게, 떡가게 등 많은 점포들이 가격을 명시해 소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이곳이 의정부제일시장에서 제일이라 '명물거리'로 불린다는 상인의 말에 한 떡집에서 떡을 사봤다. 도심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통가래 떡이 눈에 띄었다. 가래떡 한 줄을 사고 가려는데 사장님이 급히 불러 발길을 돌렸다. 젊은 사람이 떡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좋다면서 전통방식으로 만든 인절미를 먹어보라며 손에 쥐어주셨다. 밥풀의 식감이 살아있어 심심하지 않은, 적당한 찰기에 달달한 콩고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아는 맛이 무섭다던가 가래떡에 이어 인절미도 추가로 구매했다.
요즘 장사는 잘 되시냐는 물음에 사장님은 "그래도 여기(의정부제일시장)는 사람들이 많이들 이용해서 좀 괜찮은 것 같다"며 웃음을 띤 얼굴로 말했다. 시장에서 보낸 시간이 흘러 어느덧 피크시간대인 3시 반이 돼 시장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장님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다양한 반찬이 진열된 반찬가게를 찾았다.
많은 반찬 가게 중 특히나 눈에 띈 이 점포는 유난히 밝은 조명과 깔끔한 포장이 눈에 띄었다. 떡집과 마찬가지로 요즘 장사는 어떠시냐는 물음에 "아우 잘 안돼!" 하는 푸념이 끝나기도 전에 옆 직원이 "요즘 김장이요. 김장철이라 잘 안되네요"란다.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평소에는 장사가 잘 되다 잠깐 매출이 떨어진 듯하다.
이외에도 구석구석 숨은 가게가 많았다. 해외에서 들여온 사탕을 파는 가게부터 상인들의 아침 커피를 책임지는 것 같아 보이는 커피가게, 수선집, 수세미를 뜨고 있는 사장님이 보였던 가게 등 곳곳이 볼 것이었다. 다만 업종 특성 때문인지 시장 중심과의 유동인구 차가 확연했다.
의정부 제일시장의 장점은 다양한 매력의 점포 뿐만이 아니었다. 시장을 생각하면 으레 떠오르는 어두침침한 화장실과는 달리 의정부시장번영회 건물에 휴지까지 비치된 깔끔한 화장실이 있었다.
또, 주차장의 안전 관리에 이어 시장 내부의 안전 관리가 돋보였다. 점포 사이의 기둥들에는 사용연한이 넉넉한 소화기가 비치돼있었으며 소화전도 군데군데 비치돼있었다. 특히 곳곳에 화재재난 비상연락망이 코팅된 상태로 붙어있어 대 고객 신뢰도를 높였다. 기둥에 비치된 소화기 뿐 아니라 분수대 옆의 휴게실 앞 다량으로 비치된 소화기도 눈에 띄었다. 화재 예방뿐 아니라 긴급환자를 위한 자동심장충격기도 휴게실 앞에 마련해놓았다. 시장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의 위치를 누구나 알 수 있게 휴게실 벽면에 위치 안내도 하고있었다.
규모가 크고 방문객이 많은 만큼 관리가 잘 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의정부 시청,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의정부시 상권 활성화 재단, 의정부제일시장번영회 등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꾸준한 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네이버 동네 시장 장보기에 입점해 의정부시장의 먹거리 등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또 정기간행물을 발행해 경기도 소상공인의 경제 이슈를 알리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황색선은 고객선 입니다'라는 플랜카드가 알려주듯 통행로 양측에는 황색선이 그어져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점포에서 황색선을 넘어 통행로까지 물건을 내놓고 판매하고 있어 황색선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 뿐만 아니라 긴급차량 통행로라고 명시돼있는 통행로에서 조차 황색선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해당 도로에 보행자가 유난히 많아 양방향 통행이 버거워 보였다. 긴급상황이 벌어졌을때 과연 소방차, 구급차 등이 빠른 속도로 진출입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의정부시 상권 활성화 재단에 문의를 했다. 의정부시상권활성화 재단 관계자는 "이미 시장 주 통행로인 태평로 75번길의 노점상을 철거해 통로를 넓힌 바 있다"면서 "내년 초에는 통닭거리(태평로 89번길)과 시장 내부 통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며 이미 상인분들에게 2달 여간 안내문도 돌렸다"라고 말했다. 계획이 잘 지켜져 내년 이맘때쯤엔 고객의 통로를 잘 지켜 번잡함이 해소된 의정부제일시장을 기대해본다.
의정부제일시장은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다양한 방면에서 꾸준히 노력하고있다. 상인과 지자체, 재단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힘을 합친다면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다시 시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와 가까이 있으니 부대찌개를 먹으러 갈 생각이 있다면 한번 쯤 방문해 오랜만에 시장의 활기찬 사람사는 냄새를 맡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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