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性)범죄는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부모와 국가의 관심만이 범죄자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지난 3월25일 온라인 채팅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했던 일명 박사 조주빈의 얼굴이 전국에 공개되며 '사이버 성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박사방, n번방 등의 채팅방에서는 조직적으로 성착취 등 성범죄가 종용됐고 음란물 등이 공유됐다. 조주빈은 본인을 '주인'이라고 부르며 피해자들을 노예로 다루는 등 입에 담지 못할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범죄 대상이 된 여성들 중 다수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조주빈을 시작으로 박사방 운영을 도왔던 부따 강훈, n번방 운영자인 갓갓 문형욱 등의 얼굴이 차례로 공개되고 있다.

송봉규 한세대학교 산업보안과 교수는 이와 같은 '사이버 성범죄'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조사원들의 직접 참여로 작성된 도서 '랜덤채팅'을 집필했다.

송 교수가 출간한 '랜덤채팅'에는 조사원들이 직접 불특정 다수와 채팅으로 나눈 충격적인 대화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뉴스락>은 사이버 성범죄의 현주소와 확산 방지법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랜덤채팅' 저자 송봉규 교수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아래는 송봉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랜덤채팅' 저서를 쓰게 된 경위는.

그동안 기술범죄학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해왔다. 논문이나 언론 등에는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단편적인 부분만 등장할 뿐 랜덤채팅이 얼마나 위험한 지에 대한 경고는 없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이유는 기술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채팅뿐만 아니라 VR도 기술이 발전하다 보면 악용과 유출 등 역기능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아가 달라지기 때문에 성적인 문제와 가장 많이 부딪히지 않을까 짐작했다.

직접 채팅에 참여해봤나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 있던 채팅 내용을 전부 직접 모니터링했다. 조사원들의 일탈이 있을 수도 있고 느닷없이 성기 사진을 보내는 상대가 있으면 다들 놀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채팅이 있었나.

가장 큰 문제는 지속적으로 채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채팅을 시작하면 끊임없이 낚시처럼 미끼를 던지는 사람들이 다가온다. 지금까지 범죄자들은 대면을 해야해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사이버 세상에서는 일단 던져놓고 아니면 말고 하는 전문적인 사냥꾼들이 많다.

하루에 천 명에 채팅을 던지고 그중 한두 명만 걸려도 그들에는 이득이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채팅을 걸어오는 애들이 가장 문제였던 것 같다. 우리는 그들을 '해비유저'라고 부른다.

송봉규 한세대 산업보안과 교수. 사진=권현원 기자 [뉴스락]

"실제 랜덤채팅 세상은 충격적이었다. 13세와 16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른들의 대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 랜덤채팅 中 

송봉규 교수와 조사원들은 '랜덤채팅'을 쓰기 위해 13세와 16세인 가상의 여학생을 채팅 공간 안에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부모 뻘되는 40대, 50대부터 12세의 어린 아이까지 채팅을 통해 조건만남이나 중요부위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노예팅'을 제안하거나 성기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본인을 '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있었다.

랜덤채팅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채팅 주체를 13세 16세 여아로 설정했더라. 이유가 있을까.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 문제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우리나라 시스템이 젠더 갈등 아래 있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의 관점이 달라 성범죄가 갈등을 조장할 수 있지만 이 틀을 깰 수 있는 게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문제라면 법률도 사회도 빠르게 바뀐다.

사이버 성범죄에 노출된 미성년자들이 유독 걱정인 이유가 있을까.

요즘 10대 친구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들을 접하고 있다. 그동안은 친구들끼리 나누던 성적인 가십이 지금은 사이버 공간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익명화된 곳에서 에티켓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 피해가 될 수 있고 또 본인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 보통 청소년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며 호기심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가해자가 될 아이들이 걱정이다.

미성년자들은 어떻게 사이버 범죄를 접하게 되나.

인터넷 사이트나 유튜브 등에 디지털 성범죄를 자꾸 검색하다 보면 알고리즘이 파워링크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성매매 업주들은 구글에서 무료 드라마 보기 등에 음란물 광고를 띄운다. 궁금해서 클릭을 하다 보면 나오는 음란물 페이지 뷰가 90만 개에 달한다.

성매매 알선 업자들은 이런 구매자들 데이터 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당사자들에 랜덤채팅 등 광고를 추천하는 것이다.

사진=권현원 기자 [뉴스락]

"채팅에서 만 19세 미만 아동 청소년들이 13세와 16세 여학생에게 성을 사거나 궁박상태 이용 성행위, 성행위 등을 제안했다" - 랜덤채팅 中

송봉규 교수는 '랜덤채팅'에 친절하게 미성년자들의 '사이버 성범죄' 행위와 관련된 법률을 기재해뒀다. n번방 사건 이후 정부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관계자들 및 불법 채팅 참여자들을 단속 중에 있지만 제2, 제3의 범죄자들도 단속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최근 n번방 사건 등이 발생하며 정부가 규제에 나섰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범죄는 법적으로 이런 채팅방 등은 규제하기 쉽지 않다. 허락 없이 내 방에 들어오는 것도 사생활 침해라고 말하는데 국가에서 채팅방을 관리 감독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또 규제를 시작한다면 범죄단체들이 구글, 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카카오톡, 라인 등에서 규제를 한다면 범죄자들은 텔레그램으로 넘어가는 형태다. 해외 사업자로 넘어간다면 범죄자들은 잡기가 어려워진다.

또 형을 강화한다고 범죄를 안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범죄자들은 일단 "나는 안 잡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이버 수사가 강화된다면 어떨까.

랜덤채팅 안에는 다양한 범죄군이 다 존재한다. 그 안에서 함정수사를 하겠다고 하면 이미 유저들은 떠난 상황이다. 경찰들이 그 안(사이버 세상)에서 수사를 한다면 분명 걸리는 사람만 걸린다. 진짜 악랄한 애들은 그 안에 숨어 있는데 호기심에 들어왔던 이들만 잡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속한 것에 비해 구속률이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번 n번방 사건의 경우에도 조주빈, 강훈, 문형욱 등 주요 인물들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설 단체의 긴 잠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경찰 안에도 사이버수사대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중앙에는 담당 부서가 없다.

대부분의 사이버 세상에는 다크웹과 같이 잠겨있는 공간들이 존재한다. 반면 수사기관들은 그런 공간을 잘 알지 못하기에 보이는 곳만 관리 감독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쩌다 한 번 걸린 애들이 단지 수사기관의 '하나의 건수'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한 번의 일탈은 꿈꿀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낙인이 찍혀버리면 범죄자를 양성하는 꼴이 될 수 있다.

10대들의 사이버 성범죄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10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다. 부모님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유해물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것도 있지만 관심과 간섭은 한 끗 차이다.

범죄는 없어지지 않는다. 부모와 국가의 관심이 범죄자 확산 막을 수 있다. 밥 먹을 때 우는 아이에게 유튜브 등 동영상을 보여준다면 부모는 편하겠지만 애들은 점점 사이버 세상에 빠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조기에 부모나 국가가 발견하고 상실된 관심을 채워줘야 한다.

송 교수는 끝으로 익명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랜덤채팅'이 각종 범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드러냈다. 이어 성범죄 뒤에 도사리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사이버 도박에 빠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 앞에 IT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준이 됐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터넷 속도와 기술력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더 크고 새로운 범죄에는 아직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송 교수 말에 의하면 제2의 n번방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그를 제대로 다루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병행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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