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피플] 김세영 셀프뷰티 공동대표, "출산 ·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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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피플] 김세영 셀프뷰티 공동대표, "출산 ·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김세영 대표, "여성은 결혼, 육아 등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경쟁에서 탈락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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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기업들이 내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서둘러 상정·의결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외이사를 등용해 여성 임원을 늘리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지만, 사내에서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 중간 관리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임원의 자리에 오르기 까진 한계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유리천장이 여전함을 나타낸다.

<뉴스락>이 아이 둘을 둔 워킹맘 김세영 셀프뷰티 공동대표에게 우리 사회 여성이 결혼-임신-출산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김세영 셀프뷰티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셀프뷰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셀프뷰티는 '본능에 충실한 K-뷰티 코스메틱 브랜드'다. 완벽미를 추구하기보단 내추럴하고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최근엔 하이브리드 메이크업 화장품을 만들어 국내 및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메이크업 화장품이란 스킨케어 기능을 결합한 메이크업 제품이다. 메이크업 전과 후 단계에서 메이크업 제품의 성능 자체를 높아지게 해주며,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2018년부터 셀프뷰티 경영에 합류해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제품의 기획, 생산,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 셀프뷰티 대표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첫 직장인 SK C&C와 네이버에서 10년간 일하며 국내외 인터넷 비즈니스의 전반을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에는 간편 가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굿잇츠'를 창업했다. 쉽게 말해 밀키트를 만드는 회사다.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을 하던 1년 동안 국내외 시장 동향을 꾸준히 파악해 왔다. 그러다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이라는 미국 밀키트 회사를 발견했다. 새내기 주부가 본 이 제품은 혁신적이었다. 마침 한국에서도 배민프레시, 마켓컬리 등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사업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주변의 만류에도 퇴사를 하고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 사업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힘든 점은.

"임신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첫 번째 사업을 그만두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임신이었다. 둘째 아이의 임신과 사업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3년 내 생존율이 가장 낮다. 2년 차 때 투자자를 만나며 대외활동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인데 아이를 갖게 됐다.

스타트업은 대표의 리더십, 사업에 대한 집중도와 전투력 등이 투자 유치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당시엔 임신이 상대 투자자로 하여금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임신 사실을 숨겨야 했고 대외활동을 꺼리게 됐다. 물론, 내부 경영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도 분만 입원 한 시간 전까지 야근"

첫아이 때는 임신 8개월 차부터 육아 휴직에 들어갔다. 사내 모성보호 복지제도가 잘 돼 있어서 병원 진료 휴가나 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덕분에 1년간 육아에 집중할 수 있었고 복귀를 했을 때도 힘들지 않게 업무를 이어갔다.

둘째 때는 달랐다. 대표로서 회사 운영에 대한 책임이 막중했다. 때문에 임신을 '신체상의 변화'로만 인지했고 임신 전과 똑같은 강도로 일했다.

출산 날에도 예외는 없었다. 유도 분만 입원 한 시간 전까지 야근을 했다. 병원에서도 진통이 올 때까지 거래처와 메일을 주고받았다. 남편이 경악을 하더라.

회복 기간도 짧게 잡았다. 회복실에서 3박 4일간 머물고 산후조리원에서 2주간 쉬었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은 외출증을 끊고 미팅을 하기도 했다. 두 번째다 보니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여유가 생겼다.

"여성에게 씌어진 사회적 프레임"

한 회사의 대표가 되고 여러 투자자를 만났다. 투자 결정하는 주체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그래서인가 ‘여성 대표’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시선이 있었다. 남녀 대표가 똑같이 보수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취했을 때 남성 대표는 세심하고 꼼꼼하다고 보는 반면, 여성 대표는 진취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성별에 대한 기존의 프레임은 깨기 어렵다. 많이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후천적으로 학습된 여성과 남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있기 때문이다.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 사례가 많이 나와서 그들이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출산, 육아 등 후천적 요인으로 인한 기회 불균등"

우리 사회는 남성이 중책을 맡는 경우가 많고 남자 임원 비율도 월등히 높다. 이 같은 원인은 남녀의 능력 차이에 있지 않다. 개인적으론 기회가 불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은 결혼, 육아 등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경쟁에서 탈락되곤 한다. 남녀가 같은 조건에서 시작했더라도 중간에 탈락이 되는 여성이 많기 때문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드는 것 같다.

△ 사업을 하면서 여성/엄마로서 좋은 점은.

회사에 다니고 사업을 하면서 모든 성별의 상사와 동료를 겪어봤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목표와 방향이 명확한 일일수록, 여직원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 같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주요 의사결정 레벨에 여성이 있는 경우 기업의 생존확률이 더 높았다.

작은 기업에선 한두 명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큰 손실을 불러올 때가 있다. 여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실수가 덜한 것 같다. 여성 대표여서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여성의 경우 무리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베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박을 칠 확률이 적을 순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남녀 성비가 맞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진 여직원이 있는 회사가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 육아와 일을 어떻게 병행하는지.

육아 공백은 시어머니께서 채워주고 계신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낮에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한 워킹맘을 보면 정말 힘들어 보인다.

시어머니께서 잘 케어해주시고 계시지만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교를 하거나 유치원에서 하원을 할 때 5일 중 3일은 전화가 온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피곤할 때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퇴근 후에 아이를 챙기는 건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여기에서 오는 부담감이 항상 있다. 평일엔 평균 3시간, 주말엔 하루 종일 육아에 전념한다. 집안일은 분담이 가능하지만 육아는 다르다. 남편이 가정적이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엄마를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육아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을 다하지 않는 게 아닌데,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일은 일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워킹맘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첫째 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 커뮤니티가 형성됐단 건 알고 있지만 초대받지 못했다. 학부모들과의 교류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감내하고 있다. 이러한 공백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려면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할까.

정부나 기업에서 여성 복지와 관련된 정책과 제도를 실행하고 있고, 이를 강제하면서 예전보단 여성의 근로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지속되려면 결혼-출산-육아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개인의 임신과 출산이 회사에 피해를 줄 순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출산은 나라의 인구를 유지하고 다음 세대를 만드는 중요한 행위다.

물리적인 업무 공백에 대해서 ‘내가 저 사람 때문에 일을 더 해야 했어’, ‘임신과 출산으로 업무 역량이 떨어졌을거야’와 같은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

△ 대표 입장에서 바라보는 여성정책(육아휴직, 생리휴가)은 어떤가.

"임산과 출산이 '슈퍼 패스'로 작용해선 안돼"

현실적으로 육아 휴직으로 인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작은 회사의 경우 인력풀이 얕기 때문에 직원 한두 명의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대체 인력을 찾는 동시에 휴직자의 복귀 여부도 계산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선 모성보호 정책을 실행할 때 강제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손실을 떠안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방법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이 일종의 '슈퍼 패스'로 작용해선 안 된다. ·

개인에게 임신은 중요한 일이지만 전체 인생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임신을 해서 몸이 안 좋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일을 떠미는 것은 옳지 않다. 모두에게 배려를 받길 원한다면 자신도 주변을 배려해야 한다.

(생리휴가에 대해선) 본인의 역할을 다 하며 사용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요구를 할 경우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 하지만 제도가 악용돼서는 안 된다. 이에 따른 손실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 우리 사회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육아와 출산이 경력단절의 유일한 원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육아가 즐겁고 내 인생의 의미가 육아에 있다면 상관없다. 그게 아니라면 경력단절 후 육아의 과정이 별로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경력이 잠시 단절이 됐다고 해서 사회에 돌아가지 못할거라고 단정 짓진 말자. 

단절된 기간 때문에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할 순 있다. 하지만 일의 의미와 가치를 원래 회사와 직급에만 두지 않았으면 한다.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기존의 계획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폭 넓게 탐색한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셀프뷰티’의 향후 계획은.

생존이다. 아이가 둘이 있지만 회사도 내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라는 아이가 사회의 유의미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훌륭한 자식'으로 키워내는 게 내 앞에 놓인 숙제 중에 하나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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