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부동산개발 시행사와 금융사 간 'PF 금융수수료'를 둘러싸고 벌인 법정다툼에서 유의미한 판결이 나와 화제다.
메리츠증권 등과 관련된 2심 소송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시행사와 금융사 사이에서 금융사가 가져간 위임사무 수수료에 대해 법원이 과다하다고 판단한 것.
이번 판결로 향후 부동산업계 뿐만 아니라 금융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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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요약하자면 공동주택건설 및 분양사업을 영위하던 A사는 사업 시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메리츠증권 등과 1500여억원 규모의 대출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메리츠증권 등에게 9.6%의 수수료율로 금융자문수수료 등을 포함한 수수료 147억여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두고 A사가 ‘해당 수수료는 너무 과도하다’며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1심에서 법원은 메리츠증권이 포함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판단을 달랐다.
2심은 메리츠증권이 맡은 ‘위임사무’에 비해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이 A사로부터 수령한 수수료를 70%로 감액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단이 뒤집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뉴스락>에서는 시행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예헌의 김재승 대표변호사를 직접 만나 이번 판결이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 들어봤다.
‘법무법인 예헌’의 사무실에 만난 김재승 변호사는 ‘사건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 수수료가 비싸다면 ‘애초에 주기로 약정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느냐’라는 의문에 대해서다.
김재승 변호사는 “원래 대출계약을 하기 전에 교섭단계에서 금융자문계약이라는 것을 먼저 체결한다. 자문계약을 체결할 때 대략적인 금융비용을 어느정도 정하고 시작을 하는 것”이라며 “다만, 당시에는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수준이 아니었다. 수수료명목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주선수수료같은 경우에는 1% 정도 수준, 통상적으로 1~3% 범위 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에는 과도하다고 생각을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 금융사 측의 추가적인 제안에서 발생했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추가제안이 있었을 당시 사업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시행사가)사업을 오래 진행한 상태로 자금만 조달하면 시작할 수 있는 단계였다”며 “이 상태에서 금융사 측이 수수료를 올린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시행사는 해당 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할 경우, 사업부지를 계속 구매하고 있었던 만큼 여기에 엮인 계약금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라며 “또 사업 자체가 때가 중요한 만큼 사업성이 항상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금융자문사를 구하게 되면 그만큼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에 어느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었다. 당시 시행사가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대출은 두 개의 대출로 이뤄져 있었는데 하나는 PF대출, 다른 하나는 조금 성격이 달랐다”며 “당시 공동사업 시행자가 있었던 A사는 과정상 공동사업 시행사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위해 A사는 40억원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김 변호사는 ‘브릿지론’에 대해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브릿지론’이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어느정도 브릿지론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며 “브릿지론은 쉽게 말해 본 대출로 가기 전인 중간단계에서 긴급히 필요한 자금을 ‘브릿지(다리)’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브릿지론 기간이 보통 수개월로 비교적 짧고, 그렇기 때문에 이자 및 수수료도 비싸게 가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당시 A사가 필요했던 40억을 메리츠 측에서 당초 대출해주기로 했지만 차후 ‘대출을 해주기는 어렵고 A사가 직접 자금조달을 해결하면 이를 갚을 돈을 빌려주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그 40억을 메리츠가 대출을 해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A사가 먼저 조달을 해서 자금 현황을 해결하고 나면 그것을 갚을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행사는 메리츠에서 대출금이 나오면 다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메리츠 측의 입장이 바뀜으로 인해 시행사는 40억 대출을 위해 고율의 사채를 쓰게 됐고 이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김 변호사는 이것이 PF쪽 수수료가 올라가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되면 40억에 대한 수수료는 메리츠 측이 받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메리츠는 해당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며 “다만, 우리(예헌)는 나중에 메리츠가 이 40억에 대한 수수료를 다른 곳에 녹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처음 제안했던 것보다 PF쪽의 수수료가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1·2심 재판부가 공통적으로 판단한 부분이 있다. 바로 수수료 중 위임사무 범위의 인정 부분이다.
수수료에는 △약정수수료 △취급수수료 △주선수수료 △자문수수료 등이 있는데 법원은 이 중 주선·자문수수료 부분에 대해서만 위임사무의 범위를 인정한 것.
김 변호사는 “수수료 중 약정수수료는 사실상 도장값이라고 볼 수 있으며 취급수수료는 말 그대로 대출을 취급하는 수수료”라며 “주선은 혼자하는 것이 아닌 다른 대출기관을 데려오는 것이고 자문은 그 과정에서 대출의 틀을 짜주고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심에서는 ‘약정수수료와 취급수수료는 어떠한 대가적인 업무가 뚜렷하게 없으니 두 수수료는 대출의 대가이며, 대출의 대가는 위임사무가 아니다’라고 생각해 판단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1심과 2심의 판결 차이는 공통적으로 ‘위임사무의 대가’라고 판단한 ‘△주선수수료 △자문수수료가 과도한가’라는 판단에서 갈렸다.
1심은 해당 부분에 대해 ‘과다하지 않다’라고 판단한 것이며 2심은 ‘그렇다고 해도 과도하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판단 대상에서 제외된 수수료를 빼고 남은 것으로만 판단하니 (1심은)그렇게 과다한 것이 아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항소심은 기본 틀은 유지했지만 ‘통상적인 PF대출의 난이도, 업무량과 비교해봤을 때 그렇게 받아야될 이유가 없는데 너무 많다’는 이유로 30%를 감액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2심에서는 원고인 시행사 측이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원고 및 피고 둘다 상고심을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은 ‘약정·취급수수료도 전부 위임사무의 대가’라고 주장한다. 대출에 대한 이자가 있는데 대출에 대가가 또 있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받았으면 위임사무의 대가로 받는 것인데 대출의 대가면 이자로 받아야지 왜 수수료로 받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우리의 약정과 취급수수료에 대한 생각은 어차피 이자가 또 있는데 대출에 대가가 추가적으로 있다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수수료니까 모두 위임사무 대가의 명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임사무 대가로 받았는데 위임사무가 많은 경우가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을 후자로 생각하는데 이에 부당하게 과다한 것이 아니냐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수료의 기준’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기준’이 어느정도이길래 ‘과도’하냐는 의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김 변호사는 “그런 것이 없으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은행 같은 경우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비교적 엄격하게 받는 편으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하기 힘든 편”이라며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구속력은 없지만 분쟁이 생기면 (수수료를) 낮은 수준으로 권고한다”고 답했다.
또 김 변호사는 “실제로 행정이라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명확하게 없어도 실제 규제를 하면 힘이 생긴다. 이행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증권회사 등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편이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인데, 그는 그동안 수수료를 통제하는 법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자를 통제하는 법은 대부업법, 이자제한법 등이 있지만 수수료를 통제하는 법은 현재 없다”며 “수수료 쪽은 통제하는 법이 없다 보니까 계약자유에 놓여있다. 당사자가 합의한 수수료를 지급하면 되는 것인데 실제 소송에서 피고 측도 ‘합의한 수수료’,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계약자유 원칙’에 의해 수수료가 정해지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에 김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예헌은 이번 소송을 통해 부당한 일이 발생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을 마련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우리는 계약자유지만 지나치게 부당한 경우는 법원이 개입해서 감액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어떻게 보면 법적인 통제가 없는 영역이지만 부당한 일이 일어났을 때 법원이 기준을 제시해줘야 앞으로 증권회사, 캐피탈 등이 이번 사례를 보며 너무 지나치게, 무리하게 수수료를 책정하다 보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김 변호사는 그동안 금융분야에서 이러한 ‘감액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번 판결에 대한 의의로 ‘금융분야에서도 과다한 위임사무 대가를 물게 하는 것에 주의를 요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사실 위임사무의 대가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이 금융 쪽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분야에서는 다 감액사례가 있었는데 금융 쪽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의의는 금융분야에서도 과다한 위임사무의 대가는 법원이 개입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선례가 된 것”이라며 “만약 대법원에서도 기조가 유지돼 확정된다면 판례가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비슷한 사건이 생길수 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이는 이러한 사례가 새롭게 늘어난다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사례의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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