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오너기업 여부가 업계 화두처럼 번지고 있다.

오너 한 명의 문제가 기업 전반의 문제로 전가되면서 오너기업에 대한 신뢰가 여느때보다 떨어지고 있다. 주주들로서는 오너기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경우 오너리스크를 비롯 경영세습 등 오너의 자기 잇속 챙기기와 관련해서 법적 절차가 요원하다.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

때문에 최근 소액 주주들은 악재를 발생시킨 오너기업에 대해서 시위를 이어가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적극적인 대응에 한창이다.

태생부터 오너리스크가 잦은 제약업계의 경우 이러한 오너기업 형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을 뿐더러 주주들의 관심도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오너가 주주들에 대해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코로나19 전후 제약업체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고 몇몇 제약바이오 업체는 전문경영인 체재를 예고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뉴스락>이 살펴봤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부회장). 사진=광동제약/다음포털 [뉴스락]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광동제약 [뉴스락 편집]

'수십 년' 오너일가 경영권 세습 이어진 제약·바이오 기업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대부분은 오너경영 체재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경우에도 제약업체들은 창업주가 타개하거나 오너 2세들이 더이상 경영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을 맞딱드리면서 오너 3~4세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상 국내 20위권 안에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사내이사로서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우선 광동제약은 창업주이자 회장인 고(故) 최수부 회장이 1963년 설립한 회사로, 지난 2013년 타개한 이래 외아들인 최성원 부회장이 오너 2세로서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최수부 회장은 창업 후 50여년간 회사를 업계 순위권에 올려 놓았는데,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은 취임 이후 광동제약을 1조 클럽에 입성 시켰다. 물론 음료회사라는 오명은 과거나 현재나 여전하다.

동화약품은 1897년 독립운동가이자 창업주인 민강이 만든 '동화약방'에서 출발했다. 최초의 구급위장약 활명수를 제조·판매했던 동화약품은 여러 사장을 거쳐 제2의 창업주 윤창식 회장에 의해 인수된다.

윤창식 회장이 1937년부터 동화약품을 도맡고 오너2세 윤광열이 1977년에 회장으로 취임, 3세 윤도준 회장이 2008년부터 이끌었다. 최근엔 오너4세인 윤인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독은 창업 1세대인 고(故) 김신권 한독 명예회장이 지난 1954년 연합약품(현 한독)을 설립하고 업계 최초로 독일의 글로벌 제약회사 훽스트 등과 기술제휴 및 합작을 추진하면서 세계화에 방점을 뒀다.

오너2세 김영진 한독 회장은 2006년 회장으로 승진 선임되면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김 회장은 2012년 글로벌 제약 기업인 사노피와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한독약품의 사명을 한독으로 변경했다.

한독 오너3세인 김동한 상무는 지주사격 회사인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최대주주(31.65%)로 사실상 한독의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해 있다. 최근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양약품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이 지난 1946년 공신약업사를 사명으로 창립한 의약품 제조 회사로,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 비용을 늘리면서 본격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는 회사다.

1994년에 오너2세 정도언 회장이 당시 일양약품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오너3세 정유석 일양약품 부사장은 2018년 일양약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는 정 회장이 고령인 점을 근거로 경영승계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현대약품은 고(故) 이규석 현대약품 명예회장이 지난 1965년 현대소득화학공업을 상호명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물파스를 비롯 미에로화이바 등 음료사업까지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오너2세인 이한구 회장은 지난 2006년 이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취임 이후 지분을 두고 슈퍼개미와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는 등 갈등이 잦았다.

오너3세인 이상준 사장은 2018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총괄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로 인해 일부에서는 경영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1962년 유한양행을 제약업계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고, , 1969년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 유한양행 제공 [뉴스락]

제약업계 첫 상장·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유한양행'...후발 주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제약업체도 일부 있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가 지난 1926년 창립한 제약회사로, 의약품의 수입·제조·판매 등을 영위하고 있다. 창립 당시 유 박사는 가장 좋은 상품을 통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랐다.

특히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회사에서 찾기 어려운 근대적 의미의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예컨대 1936년에는 유한양행을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1939년 국내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했다.

주목할 부분은 유 박사가 1962년 제약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고, 1969년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겼다는 점이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돼야 함이 원칙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실제로 임직원들 중에 유 박사의 친인척이 단 한 명도 없다. 전문경영인 제도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유 박사는 1971년 사망 이후 모든 주식을 신탁기금에 기부했다. 

안국약품은 창립 53년만에 오너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

오너일가인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과 어진 부회장은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어준선 회장은 지난 1969년 안국약품을 인수하고 회사를 최근까지 운영해왔다. 

어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후진을 양성하고, 오너2세인 어진 부회장은 각자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전환과 관련해 오너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에도 불구하고 안국약품은 오너일가 지분이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원덕권 신임대표가 경영전반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휴온스그룹은 전체 계열사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경영전략 등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1일 휴온스그룹 계열사 휴온스글로벌과 휴엔앰씨는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각각 송수영 대표이사와 김준철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휴온스그룹은 지난 1965년 설립된 광명약품공업을 전신으로, 고(故) 윤명용 전 회장이 사업을 이끌어 오다가 1997년 윤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오너2세인 윤성태 회장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윤성태 회장은 최근 그룹 부회장에서 회장직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각 계열사들에 대표를 선임한 배경에 대해 계열사의 경영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휴온스그룹은 오너경영 체제에서 경영안정화를 도모하면서 빠른 의사결정과 결단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라며 "새로운 시대가 예고되는 현 시점이 휴온스그룹에도 대전환점이 필요한 적기라는 판단에서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의 경영체제 전환을 추진했으며 휴엠앤씨도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 검색시 나타나는 시각화자료. 빅카인즈 제공 [뉴스락 편집]

오너리스크·역량문제·사익편취 취약 오너경영...전문가 "지배구조 개선돼야"

두 경영 체제에 대한 선택에서 정답은 없다. 각각의 체제가 장, 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총수가 있는 오너기업들은 △오너리스크의 취약성 △경영역량에 대한 문제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등 오너일가 잇속 챙기기 등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우선 '오너리스크'의 경우 앞서 언급한 안국약품 사례로,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은 의료인, 보건소 의사 등에게 금품 제공 혐의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뇌물수수 의사들이 일부 유죄를 선고 받으면서 어진 부회장으로서는 악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오너 한 명의 도덕적 문제, 불법 행위, 의혹 등이 회사 전체의 실적, 이미지 등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안국약품은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고 주가는 5년 전 대비 반토막 났다.

두 번째로는 경영 승계에 대한 문제에서 '역량'에 대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예컨대 현대약품의 경우 오너3세인 이상준 대표가 지난해 처음으로 단독 경영에 나섰으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약품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승계 수순이겠지만 수익성이 오르던 시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영역량에 대한 주주들의 비판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창업주의 사업역량 등 사업수완에 따라 성과를 거둬왔으나 경영에 대해서 충분히 경험이 있는 실제 전문경영인과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로는 '일감 몰아주기' 등 오너일가 잇속 챙기기에 대한 지적이 여전하다.

오너일가에게는 사실상 자신들의 회사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을 주로 볼 수 밖에 없다. 기업 내부에 여러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친인척들이 계열사 대표로 있는 경우도 잦다.

이런 경우 기업집단 내부에서 계열사들 간의 거래를 통해 이른바 '일감'을 몰아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시장 공정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회사 주요 수익을 가족회사 매출 올려주기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는 하나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위의 상황들은 최근 ESG 경영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두 체제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오너기업의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업경영의 책임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라며 "하지만 국내 오너 대기업은 재벌이라는 특수성과 세습경영을 영위하고 있어 상속세 회피 등에 많은 기업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오너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선진국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순환출자를 억제시키기 위한 관련 규제 또는 법적 제도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자연스럽게 국내 재벌기업의 세습경영은 결국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국내 기업경영의 보편적 경영행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책임감'과 '한국식 기업문화' 취약 전문경영인

전문경영인은 한국식 조직문화, 대표의 책임감 결여 등이 문제로 지적받는다.

전문경영인의 단점은 △대표의 책임감 부족 △경영관여의 어려움 △한국식 기업에서 수평적 구조로 변화 애로 △의견합의 과정서 의사결정 속도 저하 △의사결정 혼란 등이 꼽힌다. 

우선 전문경영인은 기업에 대한 '책임감'과 관련한 문제와 한국식 기업구조 형태로 사실상 '경영 관여의 어려움' 등이 문제로 지적 받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페이의 경우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상장 한 달만에 보유 주식 400억 여원을 매각(스톡옵션)해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벤처식 경영, 전문경영인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이 주인인 회사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총수, 오너기업과 책임감에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먹튀 논란이나 앞서 오너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어렵다. 주주들이 관련 문제에 대해 소송 등을 제기할 마땅한 근거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동학개미, 서학개미 운동으로 인해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더욱 힘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이다.

또 전문경영인 체제의 경우 수직적 구조보다는 '수평적 문화'로 회사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일반적으로 수평적 구조의 경우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린 경향이 있다.

수평적 구조는 때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있어서 부서간 갈등과 이기주의가 극심해질 경우 결론도출이 어려워진다. 

수직적 구조의 경우 상사의 결정을 직원 등이 따르기만 하면 되지만 수평적 구조의 경우 의견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서로가 맞다는 생각에 빠져 혼란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경영 관여 어려움'은 일부 기업이 창업주와 오너일가가 대표이사 직에서는 빠지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우지만, 지분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실제로 회사 경영에 본인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되는 경우가 잦다.

일례로 셀트리온은 서정진 명예회장이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기우성 부회장이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 등기임원에 올랐고 최고 의장역할에, 셀트리온의 현재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전량은 사실상 서정진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임에도 회사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병철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겸임교수이자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두 체제간에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하기에는 각각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라며 "그보다는 국내 기업들이 ESG가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와 오너,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사이의 견제가 가능한 형태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의 경우 2~3년간 단기 수익성에 치중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시각이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오너경영도 마찬가지로 역량문제가 지적 받을 수 있다"라며 "다만 오너가 부족하든 전문경영인이 수익성에 치중하든 회사차원에서 이사회를 최고의결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회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